
⟪이별의 능력⟫
2025.04.25.- 2025.05.11.
챔버 CHMBR
김기정, 김의선, 방예은
기획/글: 장유정
사진: 고정균
2025.04.25.- 2025.05.11.
챔버 CHMBR
김기정, 김의선, 방예은
기획/글: 장유정
사진: 고정균
이별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타자와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나의 시간과 타자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감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곧 타자의 시간이 이별의 토대를 만들고, 타자의 시간이 나의 다음 시간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시간과 타자』에서 타자 가운데 가장 철저한 타자는 죽음이라고 밝힌다. 죽음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으며 동시에 내가 파악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끝없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이 막막한 타자 앞에서 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근대적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타자가 머무르는 시간 쪽으로 반쯤 열려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나의 미래는 곧 타자(죽음)와의 관계이다. 그렇기에 이별의 능력이란 타자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나의 시간이 타자의 시간으로 연결되는 그 어떤 시점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능력인 것이다. (전시 서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