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시고, 가까이서 들어주세요
(Airy-er, 갤러리175, 2020.10.10~10.20.)

/ 최비결 (비평가)

전시장을 나서서 길 위의 흔들리는 것들을 마주해 보면, 어쩌면, 들어오기 전과는 조금 다르게 들리고, 조금 낯설게 보일지도.

《Airy-er : 부유하는 자》는 관객과 작업의 분리를 시도한다. 관객에게서 떨어져 나온 작업은 공간을 떠돌아다닐 ‐ 부유할 ‐ 자유를 얻고, ‘부유하는 자’가 된다. 전시는 전시장에서 작업과 적정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한다. 끊임없이 진동하는 조각들은 뭇시선을 끌기에 적합하지만, 그것들은 시선을 받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긍정되기 때문이다.

전시장으로 끌어올린 보이지/들리지 않았던 것들은 세상의 소외되고 지나쳐 진 것들을 대변한다. 길가에 널려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 김의선의 조각은 길을 다니며 수집한 자연물들의 재배치이다. 작가가 그러모은 연약한 오브제들은 한데 엉겨 붙어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윤희수의 조각은 미지의 소리를 내며 떨리고 있다. 그러면서 전시장 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리와 뒤섞이기를 기다린다. 물질과 비물질이 일으키는 진동 사이의 저항은 전시장 내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이 은근한 긴장감은 우리로 하여금 작업에서 물러서도록 만든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본 작업은 비로소 그 본질의 층위를 드러낸다.

김의선은 대상(오브제)의 움직임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것의 ‘움직임(떨림)’을 인식하는 것으로 대상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작가는 “우리 눈에 띄는 움직임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그 대상을 다시 인식하게 되고”, “이로써 우리는 대상의 본질적인 부분부터 다시 보고자 하며 대상이 갖는 관계, 환경을 재인식하 게된다”고 이른다. 작가의 말마따나 인식의 대상이 된 길가의 것들은 모든 길가의 것들을 대언하여 관객의 언어를 해방하고 확장시키고자 한다.

윤희수의 오브제들이 만들어 낸 진동은 공기를 타고 파동을 일으킨다. 연약하고 가벼운 존재들은 미세하지만 끊임없는 떨림을 빚어내고 있다. 그들과의 적당 한거리에서, 공기를 타고 오는 진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금속 박스 안에 감추어 진 연약한 무엇인가가 떨리며 빚어내는 진동은 스피커를 통해 풍경처럼 공간을 장악하고 전시장 안의 모든 환경과 조건을 끌어안게 만든다. 소리는 공간과 결합 되어 관객에게 침투해 들어간다.

전시는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기도한다. 전시장은 인식 확장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장으로서 작동하며 전시장 밖으로의 연장을 도모한다. 전시/공간은 관객에게 침투하지만 관객의 인지 영역 내에서 조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충돌하고 불협화음을 이루어 내겠지만 《Airy-er : 부유하는 자》는 그 가능성을 믿으며 언제까지고 이 시도를 반복할 것이다.